복학신청을 하고 와서

병특을 하면서 한번도 실감해보지 못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학교로 돌아간다면? 다시 학생이 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다. 병특이라는 시간에 쫓겨, 직장인도 아닌 것이 군인도 아닌 것이, 뭔가 애매한 대우를 받으며 지내왔지만 나는 보다 구체적인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었다. 여유를 가지고 싶었고, 개인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사회라는 곳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짤리면 군대다” 라는 생각에 회사에서 닥치는대로 사람들에게 잘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팀장이 내게 하는 얘기는 “사장이 그러더라. ‘쟤는 대체 뭐하는 놈이야? 하는게 뭐야?’ 라고 말이다.” 라고 하였다. 그때는 내가 반항심이 참 많아서 그럴까.. 물론 겉으로 내색은 안했지만 업무도 잘 주지 않으면서 내게 뭐하는 놈이냐니. 참 빈정도 많이 상했을 뿐더러, 나의 존재에 대한 정말 큰 회의심이 있었다. 내가 잘하고 있을까? 나는 뭐하는 놈일까..

그래서 계속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프로그래머로 병특을 간 것은 개발력을 썩히기 싫어서가 가장 컸는데, 막상 병특을 오고 나니 내가 하고싶은 웹을 하면서도 기술이 워낙 낙후된 것만 배우다 보니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아니 회의감보다 더 심한 것은 내가 무엇을 배워야 할지 혼동된다는 것이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게임 사업을 추진할 당시 개발자로써 나름 잘 나가던 친구 한놈에 대한 열등감이 가장 컸는데, 그 친구에 비해 프로그래머를 꿈꾸던 나는 뭐하는 놈일까.. 라는 생각이 컸다.

뭐 지금이야 자바와 특히 오픈 프레임워크를 주축으로 해서 나 자신의 정체성을 잘 성립했고 앞으로 내가 공부해야 할 방향이나 향우 어떤 일을 하고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수없이 많이 해봤다. 풀어져 있는 나 자신을 잡기 위해 매일같이 관리하는 로드맵도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들었고, 직업들에 대해서도 수 없이 생각했다.

그러다 지난 2월 1일, 나는 드디어 복학을 신청했다. 복학이라.. 26살 늦은 나이에 2학년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이 복학, 지금 학교에 있는 같은 학년의 학생들은 나보다 5살이나 어리다. 많이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글쎄.. 그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는 못할 뿐더러, 아마 나는 대학 생활이라는 것보다는 나 자신의 인생에 보다 더 충실해야겠지.

그렇게 복학신청을 하고 나니 21살부터 26살까지, 내가 그동안 사회에서 지내왔던 일련의 기억들이 머리속을 스쳐간다. 처음 게임사업을 진행할 때부터 회사가 이사갔을때, 그리고 인사총무팀으로 발령났을 때, 프로젝트가 망했을때, 병특회사에 합격했을때, 지금회사로 이직 성공했을때. 많은 성공과 실패가 있었지만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나는 누군가는 5~10년 후에나 생각할 수 있는 일을 보다 빨리 예측할 수 있던 것이다.

그래서 복학을 한다. 복학을 하고, 내가 바라보는 학교의 커리큘럼은 전반적인 내 인생에 있어서 이게 과연 필요한 것인가를 한번 더 돌이켜보게 만든다. 어떤 기술을 배우고 어떤 사회적인 능력을 키울 것인가,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때문에 나는 그 부분만 보충해 나가면 된다. 내가 들어온 많은 친구들은 자신들이 왜 이 학과에서 이 과목을 배우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저 “교수가 학점을 잘 줘서” 가 전부인 것 같다. 

인생에는 두 갈래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남들 다 하는 일반적인 길, 하나는 아무나 시도하지 않는 도전적인 길. 
고등학교때 쓴 일기의 한 부분이 생각난다. “나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항상 추구한다.” 이미 중학교때에도 남들 다 진학시험 준비할 때 나는 컴퓨터를 공부하고, 컴퓨터로 대학갈 생각을 한 자체가 다른 방향인 것 같다. 하물며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게임개발과 투자를 통한 본격적 사업을 해보고 싶던 것고 마찬가지이고. 지금도 남들 다 졸업하고 취직할 때 나는 다시 학교로 들어간다는 것도 다른 길로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이상” 만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이상속에 빠져사는 사람은 그저 허황된 몽상가일 뿐이다. 나는 최소한 병특에 오기 전까지는 정말 크나큰 몽상가였다. 하루하루 허구속에 빠져살다가 22살이 되어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접히게 되자 느끼게 되었다. 인생은 단지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앞으로의 나의 삶은 분명 내가 설계한 대로 올바른 방향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늦은 나이에 복학하는 것도 두렵지 않다. 늦었다는 생각보다는 안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다는 생각이 더더욱 강하다!

이제 3월 2일, 병특도 끝나고 복학을 하게 된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내가 그 동안 투자한 시간, 남들과 다르게 걸어온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