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보니 나타나게 된 일종의 자유를 향한 외침이랄까, 3월이 됨과 동시에 GRE 시험을 봤지만 무엇보다 수 많은 신입생들 속에서 3월의 캠퍼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오죽했으면 직장인인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하는 마음에 무턱대고 학교 근처 야산으로 달려가, 스스로 벚꽃으로 뒤덮힌 채로 코딩하기를 일삼았겠는가, 저 사진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GMAT에 도전했던 끌로이가 잠시 공부를 연기했다. 잘한 것 같다.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한다는 자체는, 사실 왠만한 체력과 마음가짐이 아니고서야 거의 불가능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예전 회사를 다닐때 같은 회사 형 한명은 점심시간, 휴식시간 등 업무시간에 30분 한시간 이렇게 꾸준히 하루에 업무시간에만 세시간을 만들고 퇴근 후 여섯시간 총 아홉시간을 공부해서는 GRE를 따더니 퇴사 후 미국에 가버렸다.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할 수 있는 직장인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집까지 멀다면 더더욱이나 힘들텐데.
사실 처음에야 끌로이가 워낙에 강한 정신의 소유자이며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나는 쉽게 GMAT을 할줄 알았지만, 최근 회사 업무가 기존에 비해 몇배는 더 어려워졌고, 세시간이 넘는 출퇴근 시간 또한 그녀를 힘들게 하는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마음같아서는, 빨리 대학원 붙고 SI좀 뛰면서 돈 빨리 벌어다가 미국에 같이 가버리고 싶은데 그게 참 마음처럼 빨리 되지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더더욱이나 관리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닿는다. 관리라는게 사실, 나 자신을 너무 이성속으로 몰아넣는 것인지 아닌지를 지속해서 관찰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내가 정작 하고싶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헛된 이상을 추구하며 정작 나를 깎아먹는 행위를 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지를 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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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시 운동도 시작했다. 얼마전에 수시로 구독해서 보는 맨즈헬스와 함께 구매한 맨즈헬스 빅북2, 여기에는 수 많은 15분 운동법이 나와있었다. 보통 나는 운동을 1시간 반 정도 하곤 하는데, 최근엔 솔직히 회사일, 유학준비, 학교 등으로 예전에 비해 세배는 더 바쁜 것 같아서 더 이상 한시간 반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자전거 25분+15분 운동 총 40분 정도로, 그것도 매일이 아닌 주3회로 변경했다. 아직은 3일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꽤나 효과가 좋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밖에 다시 저 하이드로웨이 프로틴도 먹기 시작했고(초코피넛버터맛이라 너무 맛있음..) 다시금 11시 취침 5시 기상을 지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보통 월~수가 학교일이 정말 바쁘기 때문에 개인공부는 목요일과 주말, 회사일은 금요일 정도로 변경했다. 참 나도 꾸준히 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렇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10킬로그램을 감량하면 어머니께서 tailored-suit 를 해주신다고 했다. 이나이 먹고 애처럼 행동하는 것같긴 하지만.. 정말 갑자기 테일러드라니, 해밀턴 셔츠 이후로 꿈속에서나 바래왔던 것인데 자극이라도 된것 마냥 설랜다. 존경하는 메튜 벨라미가 자주 입는 저 디올의 빨간 수트 처럼, 나도 어느 멋진 수트를 맞출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
사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일단 지금 덩치에서 어느정도 몸을 만들어 두어서(물론 지금도 덩치는 크지만) 미국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체력을 만들어 두어야 몇날을 조금만 자더라도 버틸 수 있도록, 이를 위한 준비과정 중 하나이다.
어떤 이상적인 현실이 발생하던, 모든 것은 자기관리를 기반으로 해야하는 것 같다. 나 자신을 관리하고자 준비했던 웹서비스는 언제쯤 만들련지.. 어쨌든, 나의 한계를 충분히 고려해 보고 시간이 되지 않는다면 조금 늦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하나 둘 성취해 갈 수 있는 그런 스스로를 만들어야한다.
그런 20대의 자기관리의 정점을 찍을 것이 나는 “결혼” 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한 것도 목적이겠지만 이미 20대의 절반 이상을 한사람만 쭉 바라봤고, 사랑했었으니 20배는 더 많은 인생, 함께 만들어 나가기엔 더 즐겁고 재밌을 것이라 생각해서이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미국행이 결정된다면 아마도 내년 9월일텐데, 아직은 1년 반이라는 긴 시간이 남아있다. 결혼은 내년쯤 하고 싶다. 남들에 비해 모아둔 돈도 적고, 그렇다고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작은것도 아니다. 하지만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하고싶다는 생각은 이미 고등학교때부터 한 것이다. 미리 내가 결혼을 생각해 둔다면 그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도 넉넉하고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지까지 충분히 알 수 있으니깐, 그게 바로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 아닐까.
이상과 현실은 공존한다. 때론 이상이 지나치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이상을 쫓고싶다. 이상이 없는 인간은 기계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가 꿈꿔왔고, 내가 생각해왔던 모든것. 이것은 나 자신을 관리하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기관리, 정말 필요하고 그 시점은 바로 지금일 것이다.